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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팟캐스트를 시작했다

by Kiaa 2021. 6.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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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면 참 신기하다. 독일 생활에 대한 팟캐스트를 시작해봐야지 생각을 하긴 했었는데 그건 그저 몇 년 전에 막연히 떠올랐다가 사라졌던 별로 구체적이지 못 한 기억이었다. 그런데 고등학교 친구가 같이 팟캐스트를 해 보면 어떨지 먼저 제안했고 나는 당연히 찬성이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구체적으로 구상하고 계획하고 글을 썼다. 4월 초에 준비를 시작한 팟캐스트는 무려 삼 개월의 준비 시간을 거쳐야 했다.* 주제는 독일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주로 다룬 독일 생활 팟캐스트이다. 나는 독일에서 일을 하고 친구는 독일에서 학사 유학 중이다. 사는 곳도 나는 북부 독일, 친구는 남부 독일. 덕분에 우리 둘이 팟캐스트를 진행하면 이야기가 편중되지 않고 다양하게 풀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 우리 둘 다 아는 거 쥐뿔도 없는 데다가 중간에 융진이 학교 때문에 바빠서 한 달 쉬었다.

 


 

팟캐스트 이름을 정하고, 일정을 짜고, 노래를 고르고, 로고는 내가 직접 로고를 만들겠다고 나섰다가 까이고 디자이너 친구에게 따로 부탁했다. 완전 멋지고 깔끔한 전용 로고가 완성되어서 한 동안은 로고만 쳐다보고 다녔다.

 

대본을 쓰는 건 생각보다 오래 걸린다. 소재야 무궁무진하지만 확실한 정보를 위해 옛날에 받은 서류와 내 개인 기록들을 다시 찾아보고 독일어로 된 자료를 번역해야 한다. 물론 그 과정에서 내가 대충 알고 넘어갔던 부분들도 한 번 더 짚고 넘어가게 되고 내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정리도 돼서 좋다. 특히 생활비 에피소드 대본 쓰는 게 꽤 오래 걸렸다. 나는 내가 보험비를 내고 있는 줄도 몰랐다. 회사가 다 내주는 줄 알았지. 그리고 내가 얼마나 검소하게 사는지도 새삼 깨달았다. 한 달에 겨우 그거로 생활하다니, 좀 대단했다. 

 

끝없는 애드리브를 가득 담아 녹음을 하고 나면, 다시 편집할 때 머리를 쥐어 뜯게 된다. 말을 왜 이렇게 하지? 왜 쓸데없이 '그냥'을 반복해서 말하는 거지? 녹음된 내 목소리는 왜 이런 거지!? 친구한테, 네 목소리는 괜찮은데 내 목소리는 왜 이래 하고 물어봤다. 로고 디자인해 준 친구한테도 들려줘봤다. 그 친구는 벨라루스 사람이라 어차피 내용은 이해도 못 하지만 앞부분 몇 초 듣더니, "너 방에 가구 없어서 목소리 울리는 거 딱 알겠다."라고 했다.

 

팟캐스트는 생각보다 재미있다. 눈치 안 보고 마음껏 떠들 수 있다. 원래 말이 많은 편이 아니지만 글쓰기에도 발표에도 욕심이 많다. 게다가 친구랑 같이 하니까 귀찮다고 대본을 안 써 갈 수도 없는 노릇이라 삼 개월째 꾸준히 한 단계씩 잘 밟아 나가고 있다. 이런 식으로 어느 세월에 첫 에피소드를 올리지?! 했는데 벌써 다음 주면 첫 에피소드가 올라가는 날이다. 앞으로 매주 한 개씩, 독일 시간으로는 일요일 밤 12시에 한국시간으로는 월요일 오전 7시(써머 타임이 끝나면 8시)에 업로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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