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이 왔다.
이반나랑 키아라랑 같이 브런치 카페에 가기로 했다. 자전거 타고 가려고 했는데 보슬비가 과하게 내려서 버스정류장까지 걸었다. 가는 길에 산타클로스를 만났다. 너무 귀여웠다.
오늘 온 곳은 공간이 작아서 예약이 안 되는 카페였다. 예전에 찾아 놓고 계속 가고 싶었는데 갔다가 자리 없으면 난감할 것 같아서 계속 미루고 있었다. 이번에는 이반나랑 키아라 이렇게 셋이서만 가니까 다른 사람들 테이블에 끼여서라도 자리를 받을 수 있겠지, 하고 기대하고 갔다.
다행히 이층 구석에 딱 3명 만을 위한 자리가 있었다. 부엌 옆, 화장실 앞에 위치한 구석 자리였지만 주변에 다른 사람들이 앉지 않아서 아늑하게 즐겁게 근황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주 메뉴는 큰 아침과 작은 아침식사가 있었는데 다들 큰 거로 가자! 하고 13유로짜리 메뉴를 시켰다. 테이블에 공간이 없어서 빵은 테이블 아래 받침대에 올려놨다. 맛있었고 인테리어도 굉장히 빈티지한 게 독특했다. 화장실 휴지 걸이가 공룡이었고 화장실 안에 아주 큰 인형의 집이 있어서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하지만 다음에도 굳이 또 갈 만큼 특별하진 않았다.
나중에 혼자 살게 되면 주말에 친구들 불러서 느긋하게 아침식사하고 수다 떠는 여유로운 시간을 갖고 싶다. 우리 집을 다양한 사람들이 방문하는 대화의 장으로 만드는 게 요즘 제일 큰 소원이다. 그때가 되면 이런 식으로 음식 준비해서 브런치 파티를 열어도 너무 좋을 것 같다.
나무 상 아래에 보드게임이 있길래 몇 개 시도해 봤다. 그중에 Mensch ärgere Dich nicht라는 게임을 골랐다. '이봐, 화내지 마(Mensch! Ärgere dich nicht.)'라는 제목이 흥미로웠기 때문이다.
이 게임은 단순한 주사위 게임이다. 한 사람당 네 개의 말이 있고 주사위 숫자가 6이 나오면 집 밖으로 나설 수 있다. 그렇게 주사위 숫자만큼 한 칸씩 앞으로 나아가다가 뒤에서 내가 있던 칸까지 따라잡으면 다시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 내가 계속 따라 잡혀서 리셋되자 장난으로 화내는 척 하자 이반나가 이 문장으로 나에게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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