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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함부르크] 일요일, 주인 없는 사과 나무 🍎 _ 2023.09.24

by Kiaa 2023. 11.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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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옛적, 2020년

코로나가 막 시작되던 시절이었다. 삼 년 전 이맘때의 독일은 락다운이 한창이라 별달리 할 만한 게 없었다. 그때쯤 나는 이반나랑 친해졌고 첫 취업한 회사에서는 일에 적응해 가는 중이었다. 일은 힘들었지만 같이 일 하던 독일인 사수가 정말 좋은 사람이었고 함부르크에서 할 수 있는 특색 있는 무언가를 추천해 주길 좋아했다. 

 

 

함부르크 엘베강을 기준으로 북쪽으로는 항구와 각종 회사들이 즐비해 있고 바로 남쪽에는 작은 시골 마을들이 드문드문 놓여있다. 그곳에 가면 보이는 거라고는 예쁜 독일 집들, 들판 그리고 사과나무이다. 어느 금요일 날 사수가 나에게 이 동네에 한 번 가보라고 추천해줬고 주인 없는 사과나무를 만나면 잔뜩 챙겨 와도 된다고 했다. 

 

평소 주말마다 하는 일이라고는 이반나랑 자전거 타고 함부르크 탐험하기였다. 사실 락다운 때문에 도시 곳곳을 무작정 돌아다니는 것 이외에는 할 수 있는게 없었어서 우리 둘 다 사과나무를 찾으러 갈 생각에 들떴다. 

 

 

대체로 자전거를 타고 제대로 길이 난 도로를 가면 이런 과수원이 즐비해 있다. 잘 정돈 된 길에서 벗어나야 주인 없는 사과나무를 찾을 수 있다. 이번에는 우연히 길을 잘 못 들었다가 배나무도 발견해서 배도 좀 땄다. 따는데 집중하느라 사진을 깜박한 게 아쉽다. 

 

 

점심으로는 나름 평점 좋은 곳을 찾아갔는데 역시 독일 스럽게도 맛은 없었다. 

 

 

밥 먹고 나니 하늘이 좀 맑아지면서 해가 났다. 일찌감치 집에 가기로 했어서 세시쯤 S-Bahn을 타러 갔다. 역에 도착해서 이반나가 갑자기 '내 자전거 좀 부탁해!!!' 하고는 역 뒤쪽 뜰로 뛰어갔다. 바닥에 초록색 사과들이 많이 떨어져 있어서 이반나는 그걸 줍고 나는 자전거 지키면서 구경했다.

 

 

집에 와서는 한 시간 정도 자다가, 슈엔이랑 오랜만에 통화하고 운동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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