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차를 타고 끝에 하임이라는 말이 붙은 작은 마을들을 지나 바인하임에 도착했다. 거기서 에바가 우리를 차로 픽업해서 공원에 갔다. 에바랑은 2017년 초에 융진이 살던 WG에 놀러 갔다가 처음 보고, 중간중간 융진의 소개로 연락을 하던 사이었다. 에바도 물류업계에서 일하고 있어서 서로 궁금한 게 있을 때나 도움이 필요한 게 있을 때 왓츠앱으로 연락만 하다가 이번에 팔 년 만에 얼굴을 본 거였다. 너무 반가웠다.
공원에 가면서 융진이 에바에게 "쿙가 새 소식이 있어!!"라며 운을 띄웠고 나는 새 회사로의 이직 소식을 알렸다. 내가 지금 회사를 떠날 결심을 먹게 된 계기에 대해 같이 경악했고 - 친구들의 이런 반응을 볼 때마다 이제는 묘한 기쁨을 느낀다. 에바는 혼란스러움을 감추지 못한 채 새 회사로의 새 출발을 축하해 줬다. 융진도 에바를 자주 만나지는 못 했는지 둘이 반가워하는 게 눈에 보였다.

연못이 보이는 자리에 앉아 김밥을 꺼냈다. 에바가 차가운 녹차와 수박을 준비해왔고 김밥 너무 맛있다며, 융진과 같이 WG에서 살던 때가 정말 행복했었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밥이 여덟 줄이었는데 융진은 겨우 김밥 다섯 알만 먹고 나머지는 에바와 내가 다 해치웠다. 우리 주변에는 아이들을 데려와 피크닉을 하는 가족들과, 우리 근처에 와서 잔디밭에 몸을 비비는 강아지, 키보드를 가져와 클래식을 연주하고 노래를 부르며 버스킹을 하는 노인, 스피드민턴을 치는 연인, 자전거 여행 중인 사람들이 있었다.
융진과 에바는 아주 오랜 친구사이고 나는 에바랑 직접 만나는 건 두번째였는데 둘 사이에 낀 느낌 없이 아주 편안하게 원래 셋이 절친이었던 것 마냥 편안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융진 주변에는 좋은 사람들이 많아서 늘 이렇다. 니 친구가 내 친구. 어색함도 없고 간극도 없다. 융진이 화장실을 찾아 멀리 갔을 때 기회는 이때다 싶어서 직장 이야기를 꺼내며 서로 물류 관련 이야기를 나눴다. 에바가 자기 일하는 회사에서 사람을 뽑고 있다며 관심 있냐고, 바인하임이 아름답지 않냐며 얼굴을 찡긋했다. 바르셀로나에도 지점이 있는데 자리 나면 알려줄까 하고 물어보길래 스페인어를 못하고 비자 지원도 받아야 하는데 괜찮다면 이민 가겠다고! 대답했다.
융진이 화장실에서 돌아와 대화에 꼈고, 바르셀로나에 가서 일 하다가 관광객이라며 물총 세례를 맞을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남일 같지 않은 주거공간 부족에 대해 공감했다.


김밥을 끝장내고 공원을 산책했다. 연못에 연꽃에 흐드러지게 피어있어서 셋다 핸드폰을 꺼내 사진을 찍었다. 에바와 융진이 왜 네 사진 속 나무는 푸르고 하늘은 파랗냐, 색감이 왜 이렇게 예쁘냐고 물어봤다. 자주 받는 질문이라 "이게 바로 삼성이야"라고 했는데 알고 보니 에바도 융진도 삼성폰이었다. 에바 사진도 나름 예쁘긴 했는데 색감이 나랑 조금 달랐고, 융진은 나보다 더 최신 폰인데 색이 좀 쨍하지 않고 회색빛이었다. 에바는 차분히 "나중에 보내줘~" 했고 융진은 사진뿐만 아니라 몇 가지 다른 기능에 문제가 있다며 장난 반으로 절규했다.
바인하임 중심가는 오래된 건물들과 돌바닥이 예쁘게 어우러져있었다. 일층 카페와 레스토랑 앞에 놓은 테이블에 사람들이 일요일의 따사로운 날씨를 누리며 차를 마시고 있었다. 젤라또를 손에 들고 지나가는 사람을 보며, 여기 젤라토로 유명한 가게가 있다고 했다. 융진의 영향으로 스스로에게 단것 금지령을 내려놓은 상태라 갈 수 없다고 아주 진지하게 말했다. 대신 그 옆길에 있는 부동산 가게에 가서 이 동네는 집 값이 얼마인지 구경했다.
바인하임은 작고 아름다웠고 그 풍경에 속에 있는 사람들은 다들 활기찼다.

오후 네시반 기차역에서 에바와 헤어지며 언제 다시 만나자 기약을 했고 함부르크에 놀러오면 같이 뤼벡에 가서 마치판 케이크를 먹기로 했다. 융진과 다시 기차를 타고 돌아오면서는 무슨 이야기를 했더라. 독일 남부가 너무 좋다고 했다. 담슈타트가 너무 좋다고 했고, 나도 생각해 보니 네가 남부에 있어서 덕분에 종종 놀러 올 수 있어서 좋으니 알겠다고, 자주 놀러 올 거라고 했다. 이번 여름이 가고 다시 날씨가 좋아지면 같이 하이델베르크로 산책을 가자고 했고, 융진이 직장인이 되면 자전거를 타고 쾨니히제에서 잘츠부르크까지 자전거를 타고 가기로 했다.
다시 융진 집에 도착해서 간단히 저녁을 먹은 후에 융진은 기차를 타고 함부르크에 갔고, 나는 일곱시에 전화통화 약속이 있었다. 물류업계에 일하시는 분이랑 통화를 하게 되었는데 즐겁고 알찼다. 나는 오늘 사진을 정리하고 삶에 활력이 넘치는 상태에서 일기를 썼다. 월요일부턴 다시 동태눈이 될 거라는 걸.
이번 주는 정말 아름다웠다.

Weinheim에서 찍은 사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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