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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20230818 Fri 에티오피아 음식점

by Kiaa 2023. 8.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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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든 하루였다. 보통 8시나 8시 반에 일을 시작하는데 처리해야 할 일이 많다 보니 7시부터 재택근무를 시작했다. 점심도 제대로 못 쉬어서 오늘 하루 근무시간을 보니 무려 10시간 조금 안 되게 일을 한 셈이었다. 

 

Deutschland

오후 5시가 조금 넘어서 여전히 일하고 있는데 Iva가 친구들이랑 있는 왓츠앱 단톡방에 이 사진과 함께 'Deutschland(독일)', 'Rotkäppchen und Gummibärchen(샴페인과 젤리)'이라고 올렸다. 출근길에 길거리 모습을 보고 진짜 독일스럽다면서 보낸 거였다. 독일 길거리에 독일 술과 독일 젤리.

 

'1894년 빨간 포장을 가진 이 샴페인은 빨간모자라고 이름이 붙여졌다.'https://www.rotkaeppchen.de/markenwelt/geschichte/

 

Rotkäppchen은 독일의 스파클링 와인인데 이름은 그 유명한 독일 동화 '빨간모자'에서 따와 그대로 Rot(빨간) - käppchen(작은 모자)라고 지었다. 병 위가 빨갛고 빨간 모자는 독일 동화니까 나름 그럴듯하게 잘 짓긴 했는데 근데 좀 촌스럽게 들린다. 한국어로는 로트캡션이라고 부른다. 한 번도 안 마셔봤는데 나중에 한 번 맛만 봐야겠다.

 


 

전날 브레멘에서 바쁘게 일한 것의 연장으로 이 날도 굉장히 바빴다. 10시 반에 팀 미팅에서 이번주 어땠는지 오늘 업무량은 어떤지 각자 브리핑 하는데 다들 "나 오늘 일찍 퇴근 가능", "나 지금 오픈 케이스가 없음" 등등 자주 이상적인 금요일을 보내고 있었다. 내가 마지막 브리핑 차례였는데 이것도 문제고 저것도 급하고 이것도 밀렸고 구구절절 말하다가, 음. 뭐. 그게 다야.라고 말을 끝맺었더니 매니저가 웃으면서 "이럴 수가 그게 다라니, 휴! 진짜 다행이네" 하면서 장난쳤다.

 

통화가 끝나자마자 매니저가 채팅 방을 하나 따로 만들어서 업무 담당자인 나랑 다음 주 내 휴가 때 백업을 할 예정인 다른 동료들 몇 명을 초대했다. 당장 오늘 내 일과 초과근무 시간을 줄일 순 없었지만 그래도 1) 어떤 문제가 있고 2) 어떻게 해결하는 중이고 3)이 일을 해결하느라 다른 안 급한 일을 다 제쳐두고 있다는 걸 명확하게 하고 나니 마음은 조금 편해졌다.

 

한 없이 불태우고 나서 다른 동료들은 하나둘씩 상태 메시지가 로그아웃으로 바뀌고 나는 여전히 일하고 있었다. JeH에게서 갑자기 전화가 와서 받았다. JeH은 내 예전 팀 시니어로 업무 때 조언이 필요할 때마다 연락할 때마다 하나하나 세심하게 알려주고 마지막에는 늘, 또 모르는 거 있으면 연락해라고 말해주는 동료다. 겨우 삼 개월 한 팀에서 같이 일했는데 정이 많이 들었다. 첫 팀에서 개떡 같은 시니어 만나서 고생하다가 JeH이랑 일 하면서 얼마나 좋았는지 모른다. 아무튼 이날 내가 너무 바빴는데 업무 진행하면서 모르는 부분이 없어서 연락을 안 했더니 안부 인사차 전화를 건 거였다. 너무 고마웠다. 

 

일 너무 많아서 피곤하고 힘든데 꾸역꾸역 일 했다. 화요일까지 조금 고생하면 수요일부터는 크로아티아다. 

 



Iva한테 뭐 하냐고 했더니 일찍 퇴근해서 잠깐 잤다고 했다. 날씨가 좋으니 저녁 먹으러 가자고 해서 밖에 나왔다. Kral이라는 에피오티아 식당이었다. 어떤 음식일까 궁금했다. 메뉴를 보니 음식은 딱 하나였고 비건으로 할지, 유제품이 들어간 채식으로 할지 아니면 육식을 할지 고르는 거였다. 

 

 

맛은 있었는데 채식 메뉴를 받고 조금 당황스러웠다. 이반나는 육식으로 나는 채식으로 골랐는데 음식을 받고 보니까 이반나가 받은 음식에서 고기만 쏙 빠진 채로 음식이 나왔다. 그러니까 채식을 선택하면 고기 대신 다른 걸 곁들이지 않고 정말 고기 접시만 빼고 야채, 빵, 치즈를 주고 비건을 선택하면 기본메뉴에서 고기랑 치즈&달걀을 빼고 주는 식이었다. 보통은 비건을 고르면 대체 비건치즈나 후무스를 주는데 여기는 그냥 빼고 줘서 조금 그랬다.

 

식당이 아늑하고 가게 주인 부부가 직접 요리하고 서빙도 하는 것 같았고 중간중간 와서 음식 더 먹고 싶은 거 있는지 물어봤다. 보통 독일 식당에서는 음식 더 달라고 하면 추가 요금 내는 게 기본인데 여기는 그냥 더 준다고 했다. 그런데 양이 워낙 푸짐했었어서 따로 더 달라고 하지는 않았다. 맛있었고 독특해서 나중에 손님 오면 한 번 더 가기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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