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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20230820 So 날씨 좋은 일요일에 SUP

by Kiaa 2023. 8.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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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날씨가 이렇게 좋을 수가 없는 날이었다. 바람이 시원하게 부는 24도에 선명한 그림자를 만들어내는 햇살까지 모든 것이 완벽했다.
 


지난주에 Mir와 브런치를 먹을 때만 해도 조금 추워서 긴바지에 두꺼운 반팔을 입고 재킷을 챙겼는데 오늘은 아주 짧은 반바지에 상의에는 수영할 때 입을 탱크톱 위에 아주 얇고 헐렁한 회색 티를 걸쳤다. 일주일 내내 날씨가 좋아지기를 기대하면서 구글에다가 Wetter Hamburg를 매일 검색해서 비소식이 있나 없나 계속 확인했다. 
 
다행히 하늘은 파랗고 선명했다. 자전거 타고 약속 장소로 가면서 이런 날씨가 더 오래 지속된다면 함부르크에 사는 게 더 행복할 텐데 하고 생각했다.
 


오늘 우리는 SUP(Standing Up Paddling, 패들보딩)을 하기로 했다. Jane는 지난 달 생일에 패들보드를 새로 샀다며 자기 것을 직접 들고 왔다. 나도 전부터 살까 고민하다가 여름에 한두 번 타는 게 고작이라 굳이 사지 않고 참았는데 Jane이 산걸 보니 구매욕이 타올랐다. Jane이 패들 보드에 바람을 넣고 세팅하는 것을 도와주고 Mir랑 나는 시간당 14유로를 주고 한 개씩 빌렸다.
 


계산해주고 안내해 주는 직원들은 굉장히 친절했는데 패들보트 타는 걸 도와주는 직원은 얼굴에 일 하기 싫고 손님한테 말하기도 싫고 귀찮다는 티를 팍팍 냈다. 독일에 의외로 이런 식으로 구는 진상직원들이 많아서 그냥 별말 안 하고 보드 받아서 탔는데 가게가 멀어지자마자 Mir랑 같이 쟤 진짜 똥구멍이다 하고 웃어넘겼다. 
 
Außenalster 쪽에서 Jane 친구인 Char을 만났다. Char은 예전에 Jane 생일 때 한 번 본 적이 있었는데 패들보딩에 아주 진심인 친구였다. 보통 패들보딩은 보드처럼 생긴 튜브에 바람을 넣은 것들을 많이 쓰는데 Char이 타고 온 패들보드는 조금 달랐다. 일인용 카약 재질에 앉는 게 아니라 서서 탈 수 있게 디자인된 보드였다.
 

 
대체 그걸 어떻게 여기까지 들고 왔냐고 물었더니 근처에 패들 보딩을 하는 클럽에 들어가 있는데 거기에 개인용 보드를 두고 시간 날 때마다 가서 보드를 탄다고 했다. 그렇다 보니 무겁고 부피가 큰 패들보드를 매번 들고 다니면서 바람을 넣고 빼는 일을 안 해도 되니 좋아 보였다. 그래서 혹해서 클럽 회원비용을 물어보니 한 달에 20유로 정도라, 이건 괜찮았는데 문제는 Char이 타는 패들보드가 엄청 비쌌다. 중고로 사서 1400유로를 줬다는 말에 나는 그냥 대여점 가서 한두 시간 빌려 타는 게 역시 낫겠다고 생각했다. 
 


패들 보드에 누워서 선탠하는 사람들과 요가하는 사람들 사이에 섞여서 우리도 쉬었다. 눈을 감았다가 하늘을 보다가 물속에 들어가 수영 조금 하다가 패들 보드 위에서 물구나무를 서는 사람들을 보고 놀라서 쳐다보다가 다시 살살 노를 저어서 패들 보드를 반납하러 갔다. 
 


Mir랑 나랑 둘이서 보드 두 개, 두 시간 해서 56유로가 나왔는데 그 사람이 Mir에게 어느 나라에서 왔는지 묻더니 자기도 아프리카에서 왔다면서 6유로를 깎아줬다.  같은 나라 사람도 아니고 같은 대륙이라고 공통점을 찾기에는 아프리카도 엄청 넓지 않나, 티는 안 내고 궁금해했는데 Mir 본인도 의아해하는 눈치였다.
 


꾸리꾸리한 호숫물에서 수영했으니 다음에 또 같이 패들보딩 하기로 하고 바로 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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